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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CA 서울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 관람 후기

by 부룡 2025. 7. 12.

고영훈 <스톤북> 1985
고영훈 <스톤북> 1985

 

2025년 5월부터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시작된 상설전시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를 다녀왔습니다.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 한국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작품들을 엄선해 구성된 전시로, 시대별 흐름과 작가들의 변화 양상을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관람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였고, 다양한 장르와 매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어 의미가 컸습니다.

전시 개요: 대표 소장품으로 보는 흐름 이해

이번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한 약 1만 1,800여 점 중에서, 1960년대부터 2010년대까지의 대표작 86점(혹은 약 90점)을 선정해 구성한 서울관 최초의 상설 소장품전입니다. 전시는 크게 ‘추상’, ‘실험미술’, ‘형상성과 현실주의’, ‘혼성·개념·다큐멘터리’의 여섯 소주제로 나뉘었고, 한국 현대미술의 사회적 배경과 국제적 관계 속에서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주요 섹션과 인상 깊은 작품

1부: 추상 – 새로움과 전위. 1960~80년대 한국 추상미술의 흐름을 대표하는 김환기, 박서보, 이우환, 유영국 등의 작품이 전시되었습니다. 김환기의 점화나 박서보의 묘법 시리즈는 단순 아름다움을 넘어서, 한국 현대인의 정신성과 세계 미술과의 상호작용을 보여주었습니다. 예를 들어, 김환기의 산울림 19‑II‑73#307(1973)은 점과 여백의 조화로 사색을 유도했고, 박서보의 묘법 No.43‑78‑79‑81(1981)은 반복과 시간의 흐름을 드러냈습니다. 2부~4부: 실험 · 형상 · 혼성과 개념. 2부 ‘실험미술’에서는 곽인식, 김구림, 박현기 등의 사물과 시간, 신체를 중심으로 확장한 작업들이 전시됐습니다. 예를 들면 곽인식의 작품(1962)은 물질 자체를 예술로 제시했고, 박현기의 설치작품은 시간의 흐름을 담은 구성으로 신선한 인상을 주었습니다. 3부 ‘형상성과 현실주의’는 고영훈, 민정기, 신학철, 오윤 등 민중미술과 사회참여적 형식에 중심을 둔 작품들이 전시되어 현실과 예술의 접점을 보여주었습니다. 4부 ‘혼성·개념·다큐멘터리’에서는 백남준, 강익중, 김수자, 양혜규, 문경원&전준호 등의 다재다능한 작업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백남준의 잡동사니 벽(1995)과 강익중의 대형 설치작품 삼라만상(1984–2014)은 시각적 충격과 메시지가 인상 깊었습니다. 양혜규의 설치작업은 사물과 언어를 활용하여 현실의 균열을 성찰하게 하는 개념미술로 다가왔습니다.

전시장 구성과 관람 팁, 개인적인 감상

전시는 서울관 1·2전시실에서 진행되며, 각 섹션 사이의 이동 동선이 비교적 명확했습니다. 다만 일부 평론가들은 작품 배치가 다소 밀집되어 있어 시각적 여유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조명을 체계적으로 활용한 전시장 설계는 작품 감상에 도움이 되었고, 입장료도 합리적이었습니다. 전시를 보며 한국 현대미술이 단일한 흐름이 아니라 여러 세대의 감성과 사회적 맥락이 교차하는 복합적 지형이라는 사실을 실감했습니다. 김환기와 박서보의 추상 회화가 주는 정적인 울림, 강익중의 설치가 전하는 유희적 감각, 그리고 양혜규의 언어적 개념미술이 주는 질문은 관람 후에도 오래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특히 예술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설명 패널과 QR 코드를 통해 작품 해설을 들으며 이해할 수 있어, 정보적 접근성이 좋았습니다. 또한 전시 후 미술관 카페에서 작품에 대해 사색하며 정리할 시간을 가진 점도 인상 깊었습니다.

정리 및 마무리

MMCA 서울관 상설전 «한국현대미술 하이라이트»는 한국 현대미술의 흐름을 소장품을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도록 구성된 전시였습니다. 1960년대부터 동시대까지, 추상에서 실험, 형상에서 개념·다큐멘터리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대표작을 통해 한국미술의 역사성과 현대성을 함께 느낄 수 있었습니다. 공간 배치의 밀집도는 다소 아쉬웠지만, 작품 구성이 주는 예술적 깊이와 설명 자료의 충실함 덕분에 전시는 충분히 만족스러웠습니다. 미술에 대한 배경 지식이 없어도 관람 가능한 전시였고, 학생이나 일반 관람객 모두에게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서울관을 방문 시, 꼭 한 번 들러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