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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대구포럼Ⅲ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 관람 후기 (생태·도시·공존)

by 부룡 2025. 7. 4.

이샛별 <인공지대-세 개의 빛>
이샛별 <인공지대-세 개의 빛>

 

2024년 상반기 대구미술관에서 개최한 《2024 대구포럼 Ⅲ: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는 급변하는 도시 환경 속에서 자연과 인간이 맺고 있는 관계를 다양한 시각예술로 조명하는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관이 2022년부터 진행해온 ‘대구포럼’ 시리즈의 세 번째 기획으로, ‘도시생태’와 ‘공존’을 핵심 키워드로 삼고 있습니다. 다수의 국내외 작가들이 참여해 다양한 매체와 관점을 통해 숲의 개념을 재해석하고 있으며, 전시를 통해 관람객은 도시화된 공간 속에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는 자연의 감각과 의미를 되새길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됩니다.

도시 생태계와 예술의 만남: 주요 전시 작품들

전시는 회화, 설치, 영상, 사운드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중에서도 도시 내 ‘숲’의 의미를 조명한 작품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김지연 작가는 인공 숲을 모티브로 한 대형 설치작을 통해 우리가 단절된 공간에서도 숲을 갈망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고, 프랑스 출신 작가 레오노르 안투네스는 공간 속 빛의 흐름과 나무의 패턴을 재구성한 조형물로 도시에서의 생태적 구조를 시각화했습니다. 윤석남 작가는 오래된 나무 조각과 인간의 실루엣을 병치시킨 작품을 통해 인간과 자연의 이중적 관계를 표현했고, 사운드 아티스트 양수인의 작품은 실제 숲의 소리를 재구성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잠시나마 ‘도시 속 자연’에 몰입할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이처럼 각 작품들은 단순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우리가 자연을 소비하는 방식과 그것이 남긴 흔적들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누구의 세계’인가: 공동체와 생존에 대한 질문

이번 전시가 특별한 점은 ‘생존’이라는 단어를 환경의 문제가 아닌 공동체와 정체성의 문제로까지 확장했다는 데 있습니다. 전시장 내 한쪽에서는 기후위기 속 소수민족이 겪는 이주 문제를 시각화한 사진 연작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 작품은 숲을 잃은 공동체의 삶을 통해 우리가 말하는 ‘세계’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되묻게 했습니다. 또 다른 구역에서는 도시 개발로 인해 사라진 자연 공간의 위성 사진을 모아 구성한 아카이브 작품이 소개되고 있었고, 이를 통해 관람객은 실시간으로 사라지는 숲의 경계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단순히 아름답거나 철학적인 개념을 표현한 데 그치지 않고, 각자의 삶과 연결된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며 참여형 관람을 유도했습니다.

보이지 않던 얼굴, 덧대어진 세계의 흔적

개인적으로 인상깊었던 두 번째 섹션 ‘잊혀진 얼굴, 봉합된 세계’에 대해 소개해보겠습니다. 이 섹션은 우리가 그동안 무심히 지나쳐온 자연과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보게 합니다. 겉보기에는 깔끔하고 잘 정돈되어 있는 도시와 문명 속 풍경도, 그 아래에는 우리가 외면했던 갈등과 상처, 자연에 대한 무관심이 쌓여 있다는 사실을 작품들은 조용히 말해줍니다. 여기서 말하는 ‘얼굴’은 단순히 사람의 모습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한 사회나 공간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이미지를 의미하기도 합니다. 자연의 일그러진 모습은 사실 우리가 만든 또 다른 얼굴일 수 있습니다. 작가들은 경제적 이익이나 편리함을 이유로 밀려나고 지워진 장면들(사라진 풍경, 변화된 자연)을 작품 속에 담아냈습니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정말로 건강한 것인지 되묻고 있었습니다. ‘봉합된 세계’라는 표현처럼, 지금의 삶은 여러 갈등과 모순을 억지로 꿰매어 만든 결과일지도 모릅니다. 관람객은 이 작품들을 통해 우리가 잊고 있던 세계의 단면과 마주하게 됩니다.

마무리하며

《누구의 숲, 누구의 세계》는 도시화된 현실 속에서 자연과 인간, 공동체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전시로, 생태와 예술을 연결한 다양한 시도가 돋보였습니다. 사전 정보 없이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어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관람을 추천할 수 있는 전시입니다. 현장에서는 전시 설명 리플릿이 비치되어 있으며, 스마트폰 QR코드를 통해 주요 작가들의 인터뷰 영상을 감상할 수 있어 전시 이해에 도움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