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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암미술관 <겸재 정선> 관람기 (조선시대 회화·진경산수화)

by 부룡 2025. 7. 8.

 

정선 필 금강전도 (鄭敾 筆 金剛全圖)
정선 필 금강전도 (鄭敾 筆 金剛全圖) (국보 제 217호)

 

조선 후기 대표 화가 겸재 정선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가 경기도 용인에 위치한 호암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전시는 2025년 4월부터 6월까지 진행되었으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는 그의 산수화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호암미술관은 에버랜드와 인접해 있어 가족 단위 관람객에게도 적합한 문화공간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4,000원이며, 학생과 어린이, 경로 우대 등 할인 혜택도 다양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겸재 정선이 남긴 진경산수화의 정수

겸재 정선은 한국 회화사에서 ‘진경산수화’라는 새로운 화풍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진경산수화는 실제 우리나라의 산천을 소재로 삼아 사실성과 정감을 동시에 담아낸 것이 특징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금강산, 인왕산, 한강 등 실경을 바탕으로 한 대표작들을 중심으로 정선의 화풍 변화와 철학을 따라가 볼 수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인왕제색도>는 비 내린 후 안개가 피어오르는 인왕산의 분위기를 농담법(濃淡法)을 통해 묘사했는데, 먹의 번짐만으로도 입체감과 원근을 동시에 표현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실제 전시장에는 이 그림의 복원 과정과 사용된 재료에 대한 설명도 곁들여져 있어, 미술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흥미롭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정선이 직접 여행하며 스케치한 초본들도 함께 전시되어, 그의 작업 방식과 창작 배경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정선 필 금강전도(鄭敾 筆 金剛全圖)>는 겸재 정선이 1734년, 영조 10년에 그린 대표적인 진경산수화로, 내금강의 실제 풍경을 수묵담채 기법으로 담아낸 작품입니다. 화면은 가로 94.5cm, 세로 130.8cm로 대작에 속하며, 전체적으로 원형 구도를 이루고 위에서 아래로 내려다본 시점이 특징입니다. 거칠고 날카로운 산봉우리들은 수직준법으로 묘사되어 힘이 느껴지며, 화면 중심에는 만폭동 계곡이 흐르고 있습니다. 특히 오른편의 바위산과 왼편의 부드러운 숲이 강렬한 대비를 이루며, 붓을 눕혀 점을 찍는 방식으로 표현된 토산은 정선 특유의 기법을 엿보게 합니다. 화면 상단에는 작품 제목과 작가의 호, 그리고 그림에 대한 감상이 함께 쓰여 있어 작품의 예술성과 역사적 맥락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금강전도는 당시 중국 중심의 산수화에서 벗어나, 한국의 실경을 직접 보고 그린 진경산수화의 결정체로 평가받으며 정선 산수화 중에서도 가장 크고 정교한 걸작으로 꼽힙니다.

회화에 담긴 조선의 자연관과 문화

이번 전시는 단순히 그림만 나열한 것이 아니라, 겸재 정선의 화풍이 조선 후기 지식인의 자연관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를 설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습니다. 조선 후기에는 실학의 발달과 함께 ‘실제 보고 느낀 것’을 기록하는 것이 중요한 미덕으로 여겨졌고, 정선은 이러한 시대적 흐름 속에서 이상적인 중국 산수화에서 벗어나 ‘우리의 산천’을 그리는 데 주력했습니다. 특히 <금강내산총람도>와 같은 대작에서는 단순한 경치 묘사에 그치지 않고, 당시 금강산을 순례하던 지식인들의 시선과 사유가 녹아 있어 관람객에게 깊은 인문학적 감동을 줍니다. 각 작품마다 함께 전시된 한시(漢詩)나 짧은 글귀들도 주목할 만한데, 정선이 단순한 화가가 아닌 시서화(詩書畵)를 겸비한 종합예술가였음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전시 공간의 구성과 관람 팁

호암미술관은 자연 속에 조성된 공간답게, 전시 관람 후에도 산책로를 따라 걷거나 연못 주변을 둘러보며 여운을 즐길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이번 겸재 정선 전시는 총 3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으며, 각각 ‘초기 산수화의 모색’, ‘진경산수의 완성’, ‘예술과 철학’이라는 주제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각 섹션마다 조명과 배경음악이 달리 설정되어 있어, 그림에 몰입하기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었습니다. 관람을 계획하는 분께는 평일 오전 시간대 방문을 추천드리며, 전시 해설이 제공되는 오디오 가이드를 함께 이용하면 작가의 의도나 그림 속 세부 요소까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미술관 내부에는 겸재 정선의 산수화를 테마로 한 포토존과 체험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즐거운 관람이 될 것입니다.

요약

겸재 정선의 예술세계를 통해 조선 후기 진경산수화의 아름다움과 철학을 동시에 경험할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실제 조선의 자연을 담은 정선의 그림은 단순한 미술작품을 넘어 시대정신과 문화적 가치까지 품고 있었습니다. 전시 이후 호암미술관의 자연경관과 연계된 산책도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