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롯데뮤지엄에서 열린 <제이알 JR : 크로니클스(JR: Chronicles)> 전시는 거리 예술의 거장으로 불리는 프랑스 아티스트 제이알(JR)의 작품세계를 본격적으로 소개한 국내 최초 대형 전시였습니다. 전시 기간은 2023년 3월 2일부터 6월 18일까지였고, 장소는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7층에 위치한 롯데뮤지엄이었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5,000원이었으며, 온라인 사전 예매 시 약간의 할인 혜택도 제공됐습니다. 제이알은 거대한 흑백 인물 사진을 도시 곳곳에 부착하며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작업으로 주목받은 작가로, 이번 전시는 그가 어떻게 사진, 영상, 설치,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통해 세계와 소통해 왔는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제이알의 시작, 사진을 통해 세상을 말하다
전시는 제이알의 작업 초창기인 ‘포토그래퍼 JR’ 시절부터 시작됐습니다. 그는 파리 외곽의 그래피티와 거리 사진을 결합하면서 예술 경력을 시작했으며, 이를 ‘초대형 흑백 초상화’라는 형태로 발전시켰습니다. 특히 ‘페이스 2 페이스(Face 2 Face)’ 프로젝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국경에 양국 시민의 얼굴을 나란히 붙여 정치적 갈등을 넘어서는 인간적 연대를 표현한 사례로, 이번 전시에서도 중요한 축으로 소개됐습니다. 작품은 단순히 감상용이 아니라, 관객으로 하여금 사회적 의식과 질문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었고, 실제 거리에서 촬영된 작업 당시의 영상도 함께 상영되어 관객에게 현장의 생생함을 전달했습니다. 그는 전통적인 갤러리 시스템을 거부하고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거리'를 전시장으로 삼았고, 이 점이 그를 단순한 작가가 아닌 ‘예술 운동가’로 자리매김하게 했습니다.
초대형 설치미술과 인터랙티브 전시의 융합
이번 전시의 백미는 단연 초대형 설치작품이었습니다. 특히 뉴욕 시립 도서관 외벽을 활용한 대형 사진 작품, 브라질 리우의 판자촌을 캔버스 삼은 ‘여성들의 얼굴 프로젝트’는 거대한 스케일 속에서도 사람 중심의 메시지를 강하게 전달했습니다. 작품들은 단순히 사진을 확대해 전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의 협업 과정, 설치에 참여한 사람들의 인터뷰, 현장의 소리 등을 종합적으로 담아낸 다큐멘터리적 요소가 강화돼 있었습니다. 관람객은 QR코드를 통해 개별 작품의 제작 과정과 배경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고, 이는 전시의 몰입감을 더했습니다. 또 하나의 눈에 띄는 요소는 인터랙티브 존이었습니다. 관람객이 자신만의 포스터를 제작하고, 전시장 내 벽면에 부착할 수 있는 체험 요소가 있어 단순한 감상자에서 능동적인 참여자로 변화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도시와 사람, 그리고 예술의 접점을 탐색하다
제이알의 작품은 철저히 ‘사람’에 기반하고 있습니다. 그는 카메라 렌즈를 통해 단순히 인물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인물과 도시의 관계, 개인과 사회의 연결을 질문합니다. 이를테면 쿠바의 낡은 건물 외벽에 주민들의 얼굴을 부착한 프로젝트나, 케냐 난민촌에서 찍은 초상들은 단순한 예술적 표현을 넘어 지역 사회의 현실을 환기시키는 힘을 가졌습니다. 롯데뮤지엄 전시에서는 이러한 작업들이 도시 전경과 함께 대형 파노라마 형태로 구현돼 있어, 관람객은 마치 도시 한복판에 선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작품을 마주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감상으로는, 예술이 반드시 갤러리나 박물관이라는 고정된 틀 안에 머물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다가왔고, 오히려 거리에서 시작된 이들의 이야기가 전시장 안에서 더 깊은 울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거리 예술이 남긴 질문
이번 <JR : 크로니클스> 전시는 단순한 작가 개인의 회고전이 아니라, 예술이 어떻게 사회와 대화하고 참여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 훌륭한 사례였습니다. 거리 예술을 현대 미술관의 공간으로 들여온 과감한 기획은 관람객에게 새로운 시각을 제공했고, 작품 하나하나가 말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지금도 유효하게 남아 있습니다. 이러한 예술이 던진 질문에 우리는 어떤 답을 할 수 있을지, 제이알의 전시는 그 고민의 시작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