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겨울,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특별한 전시가 열렸습니다. 바로 이집트, 미라展 부활을 향한 여정입니다. 이 전시는 고대 이집트 문명의 미라와 부장품, 장례 문화를 집중적으로 조명하며, 단순한 유물 감상에 그치지 않고 이집트인들의 삶과 죽음, 그리고 부활에 대한 신념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특징입니다. 이 전시는 국립체코박물관이 소장한 실제 미라와 사르코파구(관), 장례 도구 등 200여 점의 유물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으며,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원본 유물들로 구성된 점에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 전시기간: 2022-12-15(목) ~ 2023-03-26(일) 전시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1전시실
고대 이집트인의 죽음 이해: 미라에 담긴 철학
전시의 핵심은 '미라'에 대한 고대 이집트인의 철학적 이해를 풀어내는 데 있습니다. 이집트인들에게 죽음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었습니다. 이들은 죽은 자의 영혼이 부활하기 위해 육체가 온전히 보존되어야 한다고 믿었고, 그 신념이 수천 년에 걸친 미라 제작 기술을 낳았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실제 사람의 미라뿐 아니라 동물 미라도 함께 전시되어 있어 당시의 종교적 세계관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고양이, 악어, 이비스(황새) 미라가 전시되어 있는데, 이는 특정 신들과 관련된 동물들이며, 신에게 바치는 제물의 의미로도 활용되었습니다. 각 미라 옆에는 3D CT 스캔을 통한 영상이 함께 제공되어 내부 구조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관람자의 이해도도 높이고, 흥미도 이끌어 낼 수 있었습니다.
장례 절차와 사후 세계관: 부장품과 무덤 구조
미라 제작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장례 절차와 부장품입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사자의 서, 샤브티 인형, 부장용 주전자가 대표적으로 소개됩니다. ‘사자의 서’는 사자의 여정을 안내하는 마법서로, 사후 세계의 문을 열고 심판을 받을 때 필요한 주문들이 담겨 있습니다. 부장품 중 가장 흥미로운 것은 ‘샤브티’라는 작은 인형입니다. 이 인형들은 사후 세계에서 고인을 대신해 노동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여겨졌으며, 무덤 속에는 많게는 수십 개가 함께 묻히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유물들은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철저하게 계획된 사후 세계 준비의 일환이었음을 보여줍니다. 또한, 전시장 내부는 실제 무덤 내부를 재현한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어 관람객은 마치 고대 무덤 안을 걷는 듯한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어둡고 신비로운 조명 아래에서 유물을 관람하면, 이집트인의 사후 세계에 대한 신념을 좀 더 깊이 체감할 수 있습니다.
전시 연출과 관람 소감: 시각과 경험이 교차하는 공간
이 전시는 단순히 유물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관람객의 몰입을 유도하는 연출이 돋보입니다. 디지털 영상과 입체 음향, 그리고 실제 유물 배치가 조화를 이루며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감각을 선사합니다.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가 흥미를 가질 수 있는 구성이며, 오디오 가이드를 활용하면 유물에 담긴 배경지식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관 속 미라가 단순한 신체 보존이 아니라, 영혼의 부활을 위한 ‘준비’였다는 설명이었습니다. 한 사람의 죽음에 이렇게까지 정성을 들이는 문화는, 삶에 대한 그들의 태도를 역설적으로 드러내는 듯했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수천 년 전 사람들과의 정서적 연결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마무리하며 : 왜 이 전시를 봐야 하는가?
<이집트, 미라展 – 부활을 향한 여정>은 단순한 고대 유물 전시를 넘어, 인간의 죽음과 영혼, 믿음에 대한 고찰을 던지는 전시입니다. 유물 하나하나가 살아 있는 이야기처럼 다가오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죽음 이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만듭니다. 고대 이집트의 정교한 장례 문화와 철학, 그리고 미라에 담긴 의미를 가까이서 느껴보고 싶은 분들에게 이 전시는 충분한 가치를 제공합니다. 문화와 역사를 한눈에 담고 싶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전시를 통해 그 여정의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