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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제22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유근택: 대화(Dialogue)》> 전시 리뷰 (수묵화의 재해석)

by 부룡 2025. 7. 1.

이인성 미술수상자 - 유근택 작가 '분수(Fountain)'
이인성 미술수상자 - 유근택 작가 '분수(Fountain)'

 

2022년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제22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유근택: 대화(Dialogue)》는 한국 수묵화의 경계를 확장하는 작가 유근택의 작품세계를 집중 조명한 전시였습니다. 전시는 2022년 11월 15일부터 2023년 2월 26일까지 대구미술관 2전시실에서 진행됐으며, 입장료는 성인 기준 1,000원이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유근택 작가가 오랜 시간 축적해 온 회화적 실험과 그 결과물을 선보이는 자리로, 현대 수묵화가 어떻게 시대성과 사유를 품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줬습니다.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매체로 확장된 수묵화의 변주를 통해, 전시는 전통과 현대가 교차하는 예술의 장을 마련했고 관람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유근택이라는 화가, 그리고 ‘대화’라는 주제

유근택 작가는 1965년생으로, 홍익대학교 동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학한 후 현재는 서울대학교 동양화과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그는 먹과 종이를 이용한 동양화의 전통적 기법 위에 현대적인 주제의식을 덧입히며 자신만의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대화》라는 제목은 단순히 인간 간의 소통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 자신과 세상, 시대, 이미지와 텍스트, 그리고 시간과 공간 사이의 ‘대화’를 뜻합니다. 유근택은 반복되는 일상 속 풍경, 사회적 메시지, 역사적 맥락 등을 먹의 층과 화면의 흐름 속에 담아냅니다. 그는 기존 수묵화가 가졌던 평면적 이미지에서 탈피해 공간 안에서 작품이 살아 움직이도록 구성했고, 화면 속 인물이나 사물이 보는 이를 향해 질문을 던지듯 묘사되어 있었습니다.

수묵화의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들

이번 전시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유근택 작가가 수묵화라는 전통 매체의 물성과 형식을 어떻게 재해석했는가입니다. 그는 대형 종이에 수백 장의 먹 선을 쌓아 올리고, 이를 영상과 결합하거나 병풍 형식으로 펼쳐 새로운 공간감을 형성했습니다. 대표작 중 하나인 ‘감응’ 시리즈는 작가가 실제로 경험한 장소나 사건을 기반으로 한 회화 작업으로, 종이에 먹을 여러 번 덧칠하여 시간의 흐름과 감정의 농도를 화면에 고스란히 담았습니다. 또 다른 설치작업인 ‘말풍선’은 투명 아크릴판에 먹글씨를 적어 공간을 부유하게 만들며, 작품과 관람객 사이에 직접적인 심리적 연결을 유도했습니다. 특히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장면처럼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고, 평면이 아닌 입체적 구조로 수묵화의 물성을 체험할 수 있게 했습니다. 이는 수묵이 단순한 시각적 표현이 아닌, 오감의 예술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였습니다.

‘대화’가 던진 질문과 그 울림

작가는 전시를 통해 단지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하기보다, 관람객과의 대화를 유도하고자 했습니다. 화면 속 인물들이 관람객을 정면으로 응시하거나, 먹글씨로 남긴 단어들이 서로 다른 문맥에서 충돌하며 의미를 생성하는 구조는 단순히 미적 감상을 넘어서 철학적 사유를 유도합니다. 예를 들어, 한 작품에는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인물이 화면 한쪽에 그려져 있었는데, 그 시선의 끝에서 ‘왜 우리는 멈추지 못하는가’라는 문구가 발견됩니다. 이는 현대 사회의 속도와 방향성에 대한 질문처럼 다가왔고, 작품 전체가 일종의 사유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이처럼 유근택의 작품은 단순히 ‘보는 그림’이 아닌 ‘생각하게 하는 장치’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시는 그 장치를 효과적으로 관람객 앞에 펼쳐 보였습니다.

전시를 마치며: 전통 위에 쌓인 현대의 언어

《유근택: 대화》 전시는 수묵이라는 전통적 재료 위에 현대적 주제와 감각을 덧입힌 독특한 작업이었습니다. 작가는 자신의 내면과 사회, 과거와 현재, 관람자와 작품 사이의 대화를 먹 선과 화면을 통해 구현해냈고, 그 결과는 회화 이상의 체험으로 확장됐습니다. 수묵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경험할 수 있는 뜻깊은 전시였습니다.《유근택: 대화》는 수묵화의 전통을 현대적 감각으로 확장한 전시로, 대구미술관에서 열렸습니다. 작가의 철학과 실험정신이 응축된 작품을 통해, 관람객은 예술과의 깊은 대화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