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한 번쯤은 마주쳤을 ‘고릴라’, ‘우리 아빠가 최고야’ 같은 그림책을 기억하시나요? 영국을 대표하는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들이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 <앤서니 브라운展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은 그의 대표작부터 미공개 스케치까지 폭넓게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였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전시 관람 후 느낀 점과 함께 전시의 구성, 특징, 그리고 관람 팁까지 정리해보았습니다.
전시 개요: 앤서니 브라운이란 누구인가?
앤서니 브라운은 1946년 영국에서 태어나 오랫동안 그림책 작가로 활동해왔습니다. 특유의 초현실주의적 그림체와 풍부한 상징이 담긴 스토리로 아이뿐 아니라 어른 독자들의 마음도 사로잡아 왔습니다. 카네기상, 케이트 그린어웨이상 등 권위 있는 상을 수차례 수상한 그는 ‘그림책의 셰익스피어’라는 별명으로도 불립니다. 특히 가족, 상상력, 자아에 대한 탐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많아 교육적 의미도 깊습니다.
전시 구성: 이야기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공간
전시는 총 5개의 테마존으로 나뉘어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각각의 공간은 앤서니 브라운의 주요 작품 세계를 주제로 꾸며졌고, 관객이 작품 속 장면에 직접 들어간 듯한 immersive한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1. 작가의 방. 앤서니 브라운의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리게 된 계기, 스케치 노트와 작업실 사진 등 작가의 삶을 엿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그림책이 만들어지는 과정도 영상과 실물 자료로 볼 수 있어 흥미로웠습니다. 2. 주요 작품 전시. '고릴라', '우리 엄마', '돼지책' 등 대표적인 그림책의 원화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각 작품의 콘셉트와 메시지를 설명하는 패널도 함께 제공되었습니다. 특히 '한 입만' 코너에서는 음식과 감정의 연결을 해석한 일러스트가 눈에 띄었고, 작품 속 숨겨진 오브제를 찾는 재미도 있었습니다. 3. 체험공간. 아이들과 가족 단위 관람객을 위한 체험 코너도 마련돼 있었습니다. 그림책의 한 장면을 재현한 포토존, 색칠하기와 스탬프 찍기 코너 등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구성이 많아 지루할 틈이 없었습니다.
관람 후기: 어른에게도 필요한 상상력
많은 이들이 ‘앤서니 브라운은 아이들을 위한 작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작품을 가까이서 보니 오히려 어른들에게 더 필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예를 들어, '돼지책'은 가부장적인 가족 구조를 풍자하고 있고, '우리 아빠'는 일상 속에서 가족이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를 따뜻하게 보여줍니다. 작품 하나하나에는 가족, 사회, 자아에 대한 깊은 사유가 담겨 있었고, 관람 후 오랫동안 여운이 남았습니다. 특히 전시를 아이와 함께 관람하는 부모들이 많았는데, 아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그림을 바라보고, 부모들은 작품 설명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관람 팁과 유의사항
- 관람 시간: 약 1시간 30분 정도 소요되며, 여유 있게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 사전 예매: 현장 구매도 가능하지만, 주말에는 입장 대기 시간이 있을 수 있어 사전 예매가 좋습니다.
- 사진 촬영: 일부 구역을 제외하고 사진 촬영이 가능합니다. 플래시는 금지되어 있으니 주의하세요.
- 연령대: 전 연령 관람 가능하며, 아이들과 함께 오면 더욱 풍성한 관람이 가능합니다.
마무리하며: 그림책 너머의 이야기
이번 <앤서니 브라운展 마스터 오브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일러스트 전시가 아니었습니다. 한 명의 작가가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보여주는 예술적 경험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며 시작한 관람이 어느새 삶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고, 앤서니 브라운이라는 작가의 깊이를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고, 혼자 천천히 감상하기에도 손색이 없는 전시였습니다. 특별한 하루를 계획 중이라면 예술의전당에서 ‘이야기의 마법사’를 만나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