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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공예박물관 <자수, 꽃이 피다><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관람기 (전통 자수/보자기의 재해석과 현대 공예의 연결) - 실과 천으로 엮은 삶의 이야기

by 부룡 2025. 7. 2.

국립공예박물관 - 자수 꽃이피다
국립공예박물관 - 자수 꽃이피다

 

서울공예박물관은 전통 공예의 아름다움을 두 가지 기획전시를 통해 선보이고 있습니다. <자수, 꽃이 피다> 전시는 2021년 7월부터 현재까지 전시 3동의 2층과 3층에서 상설전시로 열리고 있습니다. 두 전시 모두 무료로 관람 가능하며, 한국의 섬세한 손길이 만들어낸 자수와 보자기라는 전통 공예를 현대적 시선으로 조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자수는 여성의 감성과 정성으로 피어난 실의 예술이고, 보자기는 실용성과 심미성이 결합된 천의 문화로, 두 전시는 한국인의 일상과 정서를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꽃으로 수놓은 시대의 기억, <자수, 꽃이 피다>

<자수, 꽃이 피다> 전시는 조선시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손끝에서 탄생한 자수 공예의 정수를 보여줍니다. 왕실의 복식에 쓰였던 자수 문양, 생활 속 소품으로 제작된 수저집, 주머니, 보자기 등이 전시되어 있으며, 이들 하나하나에는 기복, 길상, 풍요를 기원하는 문양이 새겨져 있습니다. 특히 ‘봉황과 모란’ 자수병풍은 상징성과 정교함 모두에서 압도적인 미감을 전달합니다. 자수는 단순한 바느질이 아닌, 여성들의 삶과 역할, 가족과 공동체에 대한 염원을 담은 문화의 매개체였고, 전시를 통해 그 사회문화적 의미가 구체적으로 드러납니다. 또 현대 작가들이 자수를 현대 예술로 풀어낸 작품들도 함께 전시되어, 실과 바늘이 어떻게 시대를 넘어 현재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줍니다. 자수라는 매체가 회화적 감성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가능성도 느껴졌습니다.

천 한 장의 철학,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

<보자기, 일상을 감싸다>는 ‘감싼다’는 행위에 담긴 정서와 실용성을 함께 조명한 전시로, 다양한 소재와 용도의 보자기를 통해 일상 속 미의식을 엿볼 수 있습니다. 조선 후기부터 현대까지 이어진 보자기의 형태는 매우 다양하며, 장롱 속 귀중품을 보관하거나 선물을 포장하는 실용적 도구인 동시에, 그 안에 담긴 색과 문양에는 예술적 감각이 살아 있습니다. 전시장에서는 채색보자기, 조각보자기, 수보 등 다양한 유형의 보자기를 볼 수 있고, 특히 ‘조각보’는 여러 천 조각을 이어 붙인 방식으로 독창성과 절제된 미학이 돋보였습니다. 현대 작가의 설치작품은 천이 공간을 감싸고 나누는 매개체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흥미롭게 보여주며, 보자기가 단순한 생활 도구에서 철학적 예술로 확장될 수 있음을 제시합니다. ‘보자기’라는 단어 하나로 연결된 시간과 정서, 기술이 어떻게 현대에 적용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단순히 네모난 형태의 직물인 보자기에 대해 다시 재고하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대에 와서는 친환경적인 도구로 다시 조명받고 있는데, 전통 보자기의 미감을 살려 새로운 트렌드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통 공예의 현재적 가치와 관람 팁

두 전시는 모두 전통 공예를 단순한 과거의 산물이 아니라, 현재적 가치와 예술적 잠재력을 지닌 문화유산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집니다. 특히 서울공예박물관은 일반 전시 외에도 해설 프로그램, 어린이 공예 교실, 공예 워크숍 등 다양한 참여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도 적합합니다.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자수를 실습하거나 보자기 접기 체험을 해보는 코너도 마련되어 있어, 직접 손으로 느끼는 경험이 가능합니다. 전시를 더욱 잘 이해하려면 입장 전에 공식 홈페이지에서 전시 개요를 읽거나, 해설 시간에 맞춰 방문하는 것이 좋습니다. 관람 시간은 약 1시간 30분 정도를 예상하면 무리가 없으며, 전시를 본 후에는 박물관 내 카페나 북샵에서 관련 책자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정리하며

두 전시는 한국 공예의 정수를 실과 천이라는 전통 재료를 통해 풀어내며, 문화유산이 현대 속에서 어떻게 새롭게 쓰이고 해석될 수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자수와 보자기, 두 소재는 각각의 길을 걸어온 듯 보이지만 결국 삶과 사람을 잇는다는 공통된 가치를 품고 있습니다. 섬세한 미감과 깊은 의미를 담은 전통 공예를 가까이에서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적극 추천할 만한 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