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 기획 의도와 특징
리움미술관이 삼성문화재단 창립 60주년을 기념해 개최한 이번 현대미술 소장품전은 한국 근현대부터 아시아·서구 현대미술까지 다양하게 수집한 소장품을 선보였습니다. 특히 ‘연대기별 구성 대신 작품 간의 자유로운 병치로 관람객이 새로운 관계와 해석을 발견하도록 한다’는 기획 의도는 관람객에게 미술 감상의 새로운 접근을 제안한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M2 전시실 구조를 리모델링해 각 큐브를 독립된 공간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이우환·김종영 등 한국 작가의 작품은 물론 서구작품들도 조화롭게 배치되었습니다. 로비와 휴게 공간에도 설치 작품이 연계 배치되어 전시 공간에 시공간적 확장을 주었습니다.
2. 주요 전시 작품과 인상
이번 전시에 공개된 44점 중에는 최초 전시된 27점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로댕의 석조 작품 칼레의 시민을 시작으로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 솔 르윗의 매달린 구조 #28A 등 서구 거장의 주요 작품이 현장에서 처음 공개되었고, 루이즈 네벨슨, 한네 다보벤, 리 본테큐 등의 작품도 소개되었습니다 한국 근현대 회화에서는 장욱진, 정서영, 임민욱 등의 작품이 새롭게 전시되어 서구 작품과 나란히 배치되었습니다. 특히 장욱진의 작품은 마크 로스코와 나란히 배치되어 한국과 서양의 추상회화 미감이 서로 다른 시간 위에서 교차하는 지점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로비와 휴게 공간에는 박미나와 Sasa[44]의 월페이퍼 설치작 하하하, 프랑수아 모렐레의 회화적 설치작 5미터 둘레의 캔버스 다섯 개와 수평 대각선이 전시되어 있어, 전시장의 리듬과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연결해주었습니다.
3. 전시 공간과 감상 경험
M2 실내 동선은 큐브 형태로 나누어져 있어 관람객이 각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시선을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이 서로 다른 분위기 속에서 대화하듯 놓여 있어, 스스로 해석의 여지를 가질 수 있는 지점이 많았습니다. 개별 작품에는 제목, 작가, 연도만 표기되어 있어, 관람객은 도록이나 큐레이팅 정보를 통해 보조적으로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감각 중심의 직관적 감상’을 유도하는 전략으로 느껴졌고, 복잡한 서사보다 작품의 감성과 구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후기 구성 중 특히 기억에 남는 장면은 자코메티의 거대한 여인 III 앞에서, 몇 칸 떨어진 솔 르윗의 작품과 시선이 겹치며 자연스레 비교하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이는 전시가 의도한 ‘비연대, 비주제’ 구성의 힘을 실감하게 했습니다.
4. 관람 꿀팁 및 참고 정보
전시는 2025년 2월 27일부터 리움미술관 M2에서 열리고 있으며, 시민 대상 청소년 워크북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관람시간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홈페이지나 현장 발권 방식으로 입장이 가능하며, 도슨트 투어나 워크북을 활용하면 작품 이해에 큰 도움이 됩니다. 미술관은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또는 버스 이용이 편하고, 고급스러운 북카페와 기념품 숍이 있어 전시 후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기에 좋습니다. 사진 촬영은 별도 허가 구역에서만 가능하므로 안내를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마무리 정리
이번 리움 현대미술 소장품전은 이미 알려진 명작과 최초 공개된 신작이 공간 속에서 예기치 않은 대화를 나누도록 구성된 전시였습니다. 연대기나 주제보다 ‘지금, 여기에서의 조우’를 강조함으로써 관람객마다 다른 해석의 결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서구 미술사와 한국 현대미술의 경계를 허물고, 작품 간의 대화를 통해 다층적 경험을 제공한 전시였습니다. 현대미술 컬렉션이 주는 깊이와 확장성을 느끼고 싶다면, 이 전시는 반드시 봐야 할 전시라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