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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아니카 이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 관람 후기 - 감각과 기술, 생명의 경계에서

by 부룡 2025. 7. 19.

<후기 고전파 XVIII>, 2022, 덴푸라 꽃 튀김
덴푸라 꽃 튀김

1. 전시 개요와 작가 소개

이번 전시는 한국계 미국 작가 아니카 이의 아시아 최초 미술관 개인전으로, 리움미술관 M2에서 2024년 9월 5일부터 12월 29일까지 열렸습니다. 작가는 과학, 생물, 기술을 예술로 풀어내며 후각·촉각·시각 등 여러 감각을 일깨우는 실험적 작업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전시 제목인 “또 다른 진화가 있다, 그러나 이에는”은 초기에는 간화선(禪)의 화두 형식에서 영감을 얻었고, 기술과 생물, 인간과 비인간 사이의 경계를 질문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2. 주요 전시 작품과 특징

작품은 총 33점이 소개되었으며, 그중 11점은 신작이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관람 입구의 후각 설치 Walking on Two Paths at Once (2023)입니다. 검은 커튼을 열자 해조류, 금속, 애니말릭, 비 온 뒤 흙냄새와 같은 복합 향이 퍼져 감각이 즉각 자극되었습니다. 방산충(2023) 연작은 고대 플랑크톤에서 영감을 얻은 움직이는 조명 기계로, 광섬유와 모터로 구현돼 생명과 인공물의 융합을 보여줍니다. 이어서 켈프 조각 연작은 ‘켈프 하이웨이’ 이론과 연결되어, 인류 이동과 해조류 숲의 상징적 보호를 은유합니다. 또 다른 너(2024)은 미러 펫리접시 안에 형광 단백질 발현 대장균이 자라는 작품으로, 비인간 생명체와 공존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담고 있습니다. 하이라이트 신작인 영상 산호 가지는 달빛을 길어 올린다(2024)은 작가의 디지털 쌍둥이 ‘공(公)’ 프로젝트의 시작 작품으로, 머신러닝 기반 시뮬레이션으로 예술의 사후 존재와 생명 연속성을 탐구합니다.

3. 전시공간 연출과 감상 경험

전시 공간은 실험실 같은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높은 습도와 향, 조명 연출은 작품과 관람객 사이의 거리를 현저히 줄였습니다. 공간 이동은 블랙 커튼으로 나뉘어 있으며, 정해진 동선보다 관객의 호기심을 유도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작품마다 QR코드가 있어 작가 인터뷰, 재료 및 협업 맥락 등을 디지털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 전시는 시각뿐 아니라 후각과 촉각, 시간과 기술을 중첩해 감각을 총체적으로 경험하도록 했습니다. 관람 내내 과학적 실험실 같은 긴장감과 아름다움이 공존했고, 작품 앞에서 호흡과 사유를 공유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4. 관람 꿀팁과 정보 안내

리움미술관은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해 있으며,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입구에서 도보 5분 이내입니다. 전시는 무료 입장 멤버십 및 유료 아트스펙트럼 프로그램 일부로 운영되며, 현장 표와 온라인 예매 모두 가능합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과 설날·추석 휴관입니다. 향 설치 작품이 있어 민감한 분은 안내 직원에게 소통하는 것이 좋습니다. 전시장 내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으며, 일부 곳에서만 허용됩니다. 도슨트 해설 프로그램과 멤버십 이벤트(아티스트 토크 등)가 기간 중 운영되니 참여하면 작품 깊이에 더 가까워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정리

리움의 아니카 이 전시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미술을 넘어, 후각과 촉각, 인공 생명까지 확장된 감각 실험실이었습니다. 작품들과 공간이 긴밀하게 연동되어 관람객은 과학과 예술,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몸으로 느끼게 되었습니다. 특히 생물-기계 간 하이브리드 조형, 향과 환경 연출, 디지털 협업까지 다양한 층위에서 ‘또 다른 진화’를 제안하며, 현대미술이 질문해야 할 지점을 섬세하게 탐색하게 했습니다. 기존 전시와 감상의 경계를 허물고 싶다면, 이 전시는 꼭 경험해볼 가치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