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 기획 의도와 배경
이번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君子志向》 전시는 리움미술관이 개관 이후 도자기를 주제로 한 첫 대규모 특별전으로, 조선백자 185점을 한자리에서 선보였습니다. 전시는 ‘청화백자·철화·동화백자·순백자’ 등 장식기법과 생산지를 기준으로 4개 섹션으로 나누고, 조선이 추구한 군자(君子)의 품격과 아름다움을 백자에 투영했습니다. 국보 10점, 보물 21점을 포함한 총 31점의 문화재 백자가 전시에 포함돼, 조선 백자의 예술성과 역사적 가치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백자를 통해 조선 지식인들이 삶 속에서 추구했던 이상적 인간상—곧 군자 정신—을 깊이 있게 드러내는 시도였습니다.
2. 핵심 유물과 예술적 특징
가장 눈에 띄는 유물은 1부 ‘절정, 조선백자’ 섹션에 전시된 백자청화 매죽문호와 백자 달항아리였습니다. 매죽문호는 아름다운 죽과 매화 문양이 15세기 청화 백자 양식을 대표했고, 달항아리는 곡선의 조화와 순백의 여백이 깊은 울림을 전했습니다. 2부 ‘청화백자’에서는 코발트로 그려진 용·꽃·송매 문양이 위엄과 정갈함을 동시에 보여주었으며, ‘철화·동화백자’ 섹션에서는 임진왜란 이후 하층 백자가 빈약한 환경 속에서 보다 친숙하고 소박하게 바뀌는 과정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철화백자의 강렬한 선과 동백자의 따뜻한 톤은 조선 백자의 진화를 생생하게 보여주었습니다. 마지막 ‘순백자’에서는 왕실 관요의 고급 백자부터 일상에서 쓰인 민간 백자까지, 형태는 단출하지만 유약의 은은한 빛과 표면의 섬세함이 강조되었습니다. 이들 백자는 ‘백자’라는 물성이 지닌 본질적 아름다움을 상징했습니다.
3. 전시 공간 구성과 감상 인상
전시는 조명의 밝기와 쇼케이스의 배치가 섬세하게 설계되어, 백자의 광택과 질감을 극대화했습니다. 유리 케이스에 담긴 백자들은 정면뿐 아니라 뒤태까지 볼 수 있도록 설치되어 ‘사방에서 보는 백자’라는 새로운 감상법을 제시했습니다. 관람 동선은 4부 구성에 따라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각 섹션마다 간결한 설명문과 도슨트·QR 안내가 있어 이해를 도왔습니다. ‘절정’ 구간에서 시작해 ‘순백’으로 마무리되는 흐름은, 조선 백자의 생산 기술과 사회적 의미가 어떻게 농축되고 변화했는지를 논리적으로 보여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달항아리 앞에 섰을 때 곡선의 부드러움 속에서 고요한 사유가 일었고, 철화백자가 주는 강한 선과 색 대비에서 조선인의 실용적 아름다움을 체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작품에 직접 다가가 자세히 관찰할 수 있는 환경이 전시의 큰 매력이었습니다.
4. 관람 정보 및 유익한 팁
전시는 2023년 2월 28일부터 5월 28일까지 리움미술관에서 진행됐습니다. 사전 예약제로 운영되며, 관람은 무료였습니다. 온라인 예약은 하루 1시간 간격으로 오픈되었고, 도슨트 투어(‘백자에 담긴 조선의 미’)가 월 2회 운영되어 백자에 대한 배경 지식은 물론 작가적 맥락을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사진 촬영은 전시장 규정에 따라 제한되었으므로 안내문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평일 오전이나 이른 오후 시간대에 방문하면 비교적 여유 있게 관람할 수 있었고, 리움 북카페에서 전시 감상을 정리하며 여운을 곱씹기에도 좋았습니다. 특히 고미술에 익숙지 않은 관람자라면, 도슨트나 QR기반 해설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면 작품의 문화사적 의미와 기법적 특징을 쉽게 이해할 수 있어 추천드립니다.
마무리 요약
《조선의 백자, 군자지향》 전시는 화려함보다 절제된 아름다움 속에 담긴 군자 정신을 백자라는 매개를 통해 섬세하게 드러냈습니다. 각 장식기법의 특징과 시대적 변화를 4부 구성으로 체계적으로 풀어내며, 국보·보물을 포함한 다양한 명품 백자를 통해 조선의 문화와 철학을 조망하게 했습니다. 전시 공간은 백자의 물성과 생산 배경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도록 설계되었고, 도슨트 투어와 QR해설은 깊이 있는 사유를 돕는 장치로 작용했습니다. 백자에 담긴 조선인의 미적 감각과 군자지향의 품격을 경험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전시는 큰 울림을 줄 수 있는 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