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시 개요와 작가 소개
이탈리아 출신 작가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국내 첫 대규모 개인전 《WE》는 2023년 1월 31일부터 7월 16일까지 리움미술관 M2 전관에서 개최되었습니다. 이 전시는 작가의 1990년대 초기 작업부터 최신 설치까지 총 38점을 망라하며, 고전적 조각, 사진, 설치,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WE)’라는 개념을 관객과 함께 사유하도록 유도했습니다.
2. 주요 작품과 전시 해석
가장 이목을 끈 작품은 조각 ‘We’(2010)로, 작가 자신의 축소된 쌍둥이 형상을 벽에 매달아 ‘나와 또 다른 나’의 관계를 은유했습니다. 이 작업은 작품 제목이자 전시 타이틀로 사용되어, ‘우리’란 무엇인지 근본적 질문을 던집니다. 또 다른 인상적인 조각은 ‘Charlie’(2003)로, 어린 시절 학교에서 고통받는 자신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재현했습니다. 이 작품은 일상의 고통과 삶의 작은 상처를 정직하게 마주하게 했습니다. ‘All’(2007)은 카라라 대리석으로 제작된 누운 인물 9구를 통해 죽음, 아픔, 공동체의 상실감을 암시합니다. 흰 천으로 덮인 모습은 이탈리아 바로크 조각을 떠올리게 하며, 죽음이라는 현실의 무게를 고요하게 드러냅니다. ‘Comedian’(2019) 바나나 작품은 관람 도중 실제로 먹히는 일이 발생해 호기심과 긴장을 동시에 자아냈습니다. 이는 자본주의, 예술, 대중 사이의 모호한 경계를 드러내는 퍼포먼스로 기억됩니다. 또한 로비 앞에서 잠들어 있는 노숙인 형상의 ‘Donghoon and Junho’(2023)는 동시대 사회의 주변부를 공감과 연대로 바라보게 했습니다.
3. 전시 공간 구성과 관람 경험
전시는 리움 M2 전체를 무대로 사용하면서 로비, 복도, 각 층의 전시실을 유기적으로 연결했습니다. 큐브형 전시 공간마다 작품이 효과적으로 배치되어 있어 관객은 작품과 거리 두기, 크기 대비, 시선의 이동을 느끼며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작품별 안내는 최소한으로 제공되었고, QR코드를 통해 작가 의도와 작품 배경을 자율적으로 확인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이로 인해 관람 경험은 수동적 정보 전달이 아닌 개인적 해석의 여지를 갖는 행위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 깊었던 순간은 관객들이 ‘All’ 앞에서 일제히 고요를 경험하는 광경이었습니다. 죽음과 애도의 공간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침묵하고, 자신의 삶과 타인의 관계를 되짚게 되었습니다.
4. 관람 안내 및 팁
리움미술관은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 도보 약 5분 거리이며, 운영 시간은 화~일 10:00~18:00, 월요일 및 설·추석 휴관입니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지만 사전 온라인 예약이 필요하며, 현장 발권은 상황에 따라 제한될 수 있습니다. 사진 촬영은 지정된 구역에서만 가능하며, ‘Comedian’처럼 일부 작품은 관람객의 반응에 따라 변화하기도 하므로 상황에 따라 유연한 감상이 필요합니다.
도슨트 투어나 전시 도록, 스마트 해설 시스템을 통해 작품 세계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으며, 전시 후 리움 북카페에서 작품 경험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습니다.
마무리 정리
《WE》는 단순한 회고전이 아니라, ‘우리’라는 화두를 통해 개인, 공동체, 역사, 권력, 죽음, 삶의 의미를 거침없이 사유하게 한 전시였습니다. 카텔란의 위트와 도발, 그리고 사회적 메시지는 관객을 작품 너머로 끌어들이며 깊은 공감과 질문을 유발했습니다. 현대미술이 우리의 일상, 기억, 공동체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 수 있는지 경험하고 싶다면, 《WE》는 꼭 만나볼 만한 전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