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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미술관 〈전·함: 깨달음을 담다〉 전시 후기 - 고요 속에 담긴 깨달음의 여정

by 부룡 2025. 7. 20.

나전국당초문 경함(螺鈿菊唐草文經函), 고려, 13세기
나전국당초문 경함(螺鈿菊唐草文經函), 고려, 13세기

1. 전시 개요와 의의

리움미술관 고미술관(M1) 2층에서 2024년 9월 5일부터 2025년 2월 23일까지 열린 〈전·함: 깨달음을 담다〉 전시는 고려시대 사경(寫經)과 경전을 담은 함(經函)을 집중 조명한 특별기획입니다. 사경은 붓으로 직접 경전을 필사한 수행의 기록이자 예술적 정성과 신념이고, 경함은 그 경전을 안전하게 보관하기 위한 공예품입니다. 이 전시는 고미술품을 단순한 과거 유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깨달음과 불교적 신념, 장인정신이 우리 삶에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사유하는 자리였습니다. 특히 고려 최상위층 인물이 발원한 최고 걸작품들이 포함되었다는 점에서 고미술의 가치뿐 아니라 시대적 역사성과 정신성도 함께 느낄 수 있었던 전시였습니다.

2. 대표 유물과 예술적 특징

가장 핵심 유물은 감지금니 묘법연화경입니다. 1345년에 제작된 이 사경은 금빛의 글씨와 삽화로 이루어졌으며, 고려여성 재가신도가 왕실의 안녕과 깨달음을 염원하며 조성한 작품입니다. 7권 전권이 전시되었고, 금니의 반짝임과 글씨 하나하나의 정교한 붓 터치에서 수행자의 마음과 정성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경전이 보관된 나전국당초문 경함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고려 13세기에 제작된 이 경함은 수만 개의 나전 조각을 이어붙이고 반복된 옻칠로 매끈한 표면을 유지한 나전 공예의 걸작입니다. 기능적이면서도 아름다운 구조는 예술적 완성도를 강조할 뿐 아니라 경전 보존에 대한 고려인의 깊은 관심을 보여줍니다. 이 외에도 불화, 목각, 금속 공예품 등이 함께 전시되어 경전과 보관함이 지닌 종교적, 예술적 의미를 다채롭게 보여주었습니다. 균질한 금빛 사경의 장엄함과, 세밀한 나전함의 공예미는 서로 대비되면서도 조화를 이루어, ‘함 안에 깃든 깨달음’이라는 전시 주제를 공간 전체로 확장했습니다.

3. 전시 공간 구성 및 감상 경험

전시는 M1관 2층이 고요하고 정갈한 분위기로 구성되어 있고, 작품별 조명이 은은하게 배치되어 있어 관람객이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관람 동선은 자연스럽게 이어졌고, 휴식 공간 사이에 작품을 두어 시선을 풀어주도록 설계되었습니다. 작품 옆에는 제작 시기, 재료, 발원 목적 등을 설명하는 안내문이 있어 이해를 돕고, QR코드를 통해 더 상세한 디지털 안내를 제공했습니다. 사경과 경함에 얽힌 역사적 배경이나 고려시대 장인의 기술을 확인할 수 있어, 관람의 깊이를 더해주었습니다. 직접 사경 앞에 서면 글자의 섬세한 금빛과 삽화의 아름다움, 나전함의 질감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 순간, 단지 ‘옛 유물’이 아니라 과거 수행자와 장인의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한 울림이 있었습니다.

4. 관람 팁 및 유의사항

리움미술관 M1관은 지하철 6호선 한강진역 1번 출구에서 도보 약 5분 거리이며, 관람 시간은 화요일부터 일요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입니다. 월요일은 정기 휴관입니다. 전시는 무료 관람이 가능하며, 일부 고미술과 기획 전시는 멤버십 또는 유료 입장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홈페이지 확인을 권장합니다. 작품 보호를 위해 사진 촬영은 금지되며, 플래시는 물론 일부 구역에서는 전자기기 사용도 제한됩니다. 전시장 안에서는 조용히 관람하고 작품과 작품 사이에 마련된 휴식 장소에서 마음을 가다듬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전시 해설 프로그램이나 도슨트 투어를 이용하면 고려 예술과 불교 문화에 대한 이해를 더욱 깊게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정리

〈전·함: 깨달음을 담다〉는 종교와 예술, 수행과 공예가 만나는 지점을 조용히 펼친 전시였습니다. 금빛 사경은 수행자의 마음을, 정교한 나전경함은 장인의 손끝을, 두 유물은 시대를 넘어 깨달음과 보존에 담긴 인간의 의지를 보여주었습니다. 과거와 현재, 형식과 의미, 시각과 사유를 하나로 엮어낸 이 전시는 마음을 고요하게 다독이고, 사람과 예술 사이의 깊은 연결을 깨닫게 해주는 자리였습니다. 고미술의 아름다움과 정신성을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이 전시는 꼭 경험해볼 만한 의미 있는 전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