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대구미술관 제24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권오봉》 관람 후기 - 시간과 흔적의 미학을 담은 색면

by 부룡 2025. 7. 17.

권오봉 , 무제 Untitled , 2017
권오봉 , 무제 Untitled , 2017

 

1. 이인성미술상과 수상자 권오봉의 소개

대구미술관이 주관하는 이인성미술상은 1999년부터 시작되어 올해로 24회를 맞이했습니다. 이 상은 대구 출신의 근대 화가 이인성의 예술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되었으며, 한국 현대미술의 창의성과 실험 정신을 가진 중견 작가에게 수여됩니다. 제24회 수상자인 권오봉 작가는 오랜 시간 ‘색면 회화’라는 장르를 중심으로 작업해온 작가로, 캔버스 위에 수십 겹의 색을 쌓고 깎는 독특한 방식으로 주목을 받아왔습니다. 단순한 색면을 넘어서 시간의 층위와 물질의 깊이를 드러내는 작업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이번 수상자전에서는 그의 지난 10년간 대표 작업과 신작들이 함께 공개되었습니다.

2. 전시 구성과 작품의 특징

전시는 대구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진행되었으며, 권오봉 작가의 대표적인 색면 작업을 중심으로 조형성과 공간성이 강조된 작품들이 전시되었습니다. 특히 ‘층과 흔적’을 주제로 한 신작들은 단순히 평면적인 그림이라기보다는, 시간의 누적을 시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회화로 구성되어 있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작품 중 하나는 ‘무제(층 22)’라는 제목의 대형 평면작입니다.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한 가지 색으로 채워진 듯 보였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미세한 색의 갈라짐과 표면의 층이 드러났습니다. 이는 작가가 물감을 올리고 다시 갈아내는 반복 작업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시각화한 결과였습니다. 또 다른 작품은 캔버스의 가장자리를 도려내듯 처리해 중심부와 대비를 준 작업이었는데, 이는 화면 바깥과 안쪽 사이의 경계를 의식하게 만드는 구성이었습니다. 작가는 이를 통해 단지 ‘보이는 색’이 아닌 ‘존재하는 색’의 무게를 관람객에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 전시 공간의 연출과 감상 경험

대구미술관은 작가의 작업이 지닌 묵직한 분위기를 잘 살릴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비교적 절제된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전체 조도는 낮은 편이었고, 개별 작품마다 스포트 조명이 적용되어 관람객의 시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했습니다. 전시장 내부는 동선이 복잡하지 않아 천천히 걸으며 작품 하나하나에 집중할 수 있었고, 작품 옆에 간결한 텍스트가 함께 제공되어 작가의 의도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QR코드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오디오 해설도 마련되어 있어, 사전 지식이 없어도 작품을 깊이 감상할 수 있는 환경이었습니다. 권오봉 작가의 작품은 언뜻 보면 매우 정적인 형태처럼 느껴지지만, 그 안에는 시간과 노동의 흔적, 재료가 지닌 물성에 대한 탐구가 녹아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요소보다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무게’에 더 가까운 작품들이라 관람하는 내내 내면적으로 사유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4. 관람 정보 및 방문 팁

대구미술관은 대중교통과 자가용 모두 접근이 용이하며, 주차 공간도 넉넉하게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은 대체로 무료 관람이 가능하지만, 다른 기획전과 중복 관람 시에는 통합 입장권 구매가 필요할 수 있으므로 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사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관람 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일입니다. 평일 오전 시간대는 비교적 관람객이 적어 집중도 높은 감상이 가능합니다. 전시장 내 사진 촬영은 일부 제한이 있을 수 있으니 안내문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전시 관람 후 미술관 1층 북카페나 기념품점에서 관련 자료나 전시 도록을 함께 살펴보는 것도 전시를 더 깊이 있게 기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특히 이번 전시 도록은 작가의 작업과정이 사진으로 자세히 기록되어 있어, 전시와는 또 다른 몰입감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마무리 정리

《제24회 이인성미술상 수상자전: 권오봉》은 화려함보다 깊이 있는 고요함, 즉 시간의 결을 담은 색면 회화의 정수를 보여주는 전시였습니다. 단순한 시각적 자극보다는 감정의 흔적, 노동의 반복, 색의 무게 같은 요소들을 통해 회화가 줄 수 있는 본질적인 감동을 전해주었습니다. 한국 추상회화의 또 다른 가능성을 체험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이 전시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작가의 작업을 통해 ‘보는 것’ 이상의 감각을 마주하고 싶은 분들에게 권오봉의 색면 회화는 오랫동안 잔상을 남겨줄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