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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미술관 <다니엘 뷔렌: 공간의 변주> 전시 관람기 (빛, 공간, 색, 참여형 전시)

by 부룡 2025. 6. 30.

다니엘 뷔렌 전시
다니엘 뷔렌 : 공간의 변주

 

2022년 하반기, 대구미술관에서 열린 '다니엘 뷔렌: 공간의 변주' 전시는 세계적인 설치미술 작가 다니엘 뷔렌(Daniel Buren)의 예술 세계를 국내에서 직접 마주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였습니다. 프랑스를 대표하는 현대미술 작가이자 '스트라이프의 화가'로도 알려진 그는, 단순한 시각적 요소를 넘어서 공간 전체를 하나의 작품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습니다. 이번 전시는 대구미술관 제1, 제2전시실 및 야외 공간까지 활용해 그의 대표작뿐 아니라 한국의 공간에 맞춰 새롭게 구성한 설치작품들을 포함하고 있으며, 관람료는 1,000원이었습니다. 

반복과 패턴의 미학, 스트라이프를 중심으로 한 작업 세계

다니엘 뷔렌은 1965년부터 8.7cm 너비의 스트라이프 패턴을 일관되게 활용해 왔습니다. 이 스트라이프는 그의 예술적 정체성을 상징하며, 단순한 패턴 같지만 다양한 공간과 결합되었을 때 강력한 시각적 효과를 만들어냅니다. 그는 이러한 반복을 통해 ‘작품은 공간 속에서 존재해야 한다’는 철학을 시각적으로 증명해 왔습니다. 대구미술관에서도 이러한 스트라이프는 전시장 입구부터 관람자의 시선을 이끌며 공간과 작품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냅니다. 뷔렌의 스트라이프는 단순한 장식이 아닌, 관람자의 시점을 이동시키고 재구성하게 만드는 도구입니다. 전시의 일부 구간은 스트라이프가 천장과 바닥, 벽을 모두 덮어 공간 자체가 하나의 캔버스가 되는 체험형 구성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자연광이 유입되는 통유리 공간에서는 빛과 그림자가 함께 작용해 시간에 따라 작품이 변화하는 느낌을 줍니다.

국내 공간에 맞춘 새로운 설치미술의 구현

이번 전시에서 주목할 점은 뷔렌이 대구미술관을 위해 특별히 설계한 ‘현장 특정적(site-specific)’ 작품들입니다. 이는 기존의 작품을 단순히 재배치한 것이 아니라, 공간의 구조와 조명을 분석해 새롭게 창작한 작업을 뜻합니다. 특히 제2전시실에 설치된 거울과 스트라이프가 결합된 대형 구조물은 관람자가 걸을 때마다 시점이 변하고, 자기 자신의 모습이 끊임없이 반사되어 작품과 동화되는 체험을 제공합니다. 또 야외 설치작품은 한국의 건축적 요소를 반영한 구조물과 함께 구성되어 있어, 미술관 외부 공간에서도 예술과 일상을 자연스럽게 연결해 준다는 생각을 들게 했습니다. 이러한 공간 중심의 설치미술은 관람자에게 단순한 시각적 감상을 넘어, 물리적 움직임과 인지적 해석을 요구하며 깊은 몰입감을 유도했습니다.

참여형 예술의 확장, 관람자와의 소통 방식

다니엘 뷔렌의 예술은 '완성된 작품을 보는' 전통적 관람 방식을 넘어서, 관람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을 기반으로 합니다. 그는 관람자가 작품의 일부가 되도록 유도함으로써, 예술 경험을 수동적인 감상에서 능동적인 참여로 전환시킵니다. 전시장 곳곳에는 관람자가 직접 지나가야만 작품 전체가 보이도록 구성된 통로와 구조물이 배치되어 있으며, 거울과 투명 아크릴 패널이 빛을 반사하며 만들어내는 색의 중첩도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같은 작품이 계속 달라 보이는' 현상을 만들어냅니다. 어미홀에 설치된 대형 작품 <어린아이의 놀이처럼>은 참여형 작품이 아닌, 눈으로만 감상하는 작품입니다. 그러나 대구미술관은 심사숙고 끝에, 관람객이 최대한 작품을 가까이에서 감상할 수 있도록 인제책(관람 제한선)을 설치하지는 않았습니다. 이렇듯, 일부 공간에서는 안내 없이 자유롭게 앉거나 누울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어, 관람자 스스로 공간을 탐험하며 다양한 감각을 동원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이는 단순히 눈으로 보는 전시가 아닌, 몸으로 느끼고 해석하는 전시로서의 가치가 부각되었습니다.

마무리 정리

대구미술관에서 열리는 다니엘 뷔렌 전시는 색과 공간, 반복과 반사를 통해 관람자와 예술의 관계를 새롭게 재구성한 자리였습니다. 단순한 스트라이프를 통해 이렇게 다층적인 예술 경험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인상 깊었습니다. 설치미술에 관심 있는 분들이라면 이번 전시는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기회입니다. 합리적인 입장료와 뛰어난 전시 완성도를 고려했을 때 가족 단위나 미술 입문자에게도 충분히 추천할 만한 전시였습니다. 실제로 아이 관람객들이 정말 많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