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학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특별기획전 《똑딱똑딱! 해, 달, 별》은 천문과학과 시간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한자리에 모은 체험형 전시입니다. 이번 전시는 2024년 10월부터 2025년 2월까지 진행되었으며, 실학박물관 2층 기획전시실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입장료는 무료로, 누구나 부담 없이 방문할 수 있는 점도 큰 장점입니다. 전시의 의의는 고대부터 이어져 온 천문학의 흐름을 알기 쉽게 풀어내어, 아이들에게는 교육적인 기회를, 어른들에게는 과학과 역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공한다는 데 있습니다. 해당 전시와 함께 실학박물관 전체를 둘러보며 조선후기에 등장한 실사구시의 학문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어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토요일에 자원봉사로 설명을 해주시는 도슨트 님(구. 조선대 교수님으로 성함은 기억이 안 나네요)께서 정말 열성적으로 강연해 주셨습니다. 최고의 도슨트였습니다.)
고대의 천문기기, 어떻게 작동했을까?
전시의 첫 번째 섹션에서는 해시계, 혼천의, 간의 등 조선 시대 천문기기의 구조와 원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전시물로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직접 손으로 조작해볼 수 있는 모형이 함께 마련되어 있어 과거 사람들이 어떻게 해와 달, 별의 움직임을 관찰했는지 실감 나게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시계를 통해 시간의 흐름을 측정하는 방식을 체험하거나, 혼천의를 돌려 별자리가 움직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체험형 전시는 초등학생 이상의 아이들이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계기가 되기에 충분하며, 가족 단위의 방문객에게도 좋은 경험이 됩니다.
우리가 보는 별, 어떻게 시간과 연결될까?
두 번째 섹션에서는 천체의 움직임과 시간의 개념이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다양한 영상과 모형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여기에서는 지구의 자전과 공전을 중심으로 해의 위치 변화, 달의 위상 변화, 계절 별자리 변화 등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이라는 개념이 단지 숫자의 흐름이 아니라, 우주 속 질서와 자연 현상의 반복이라는 점을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게 해 줍니다. 이 부분에서는 특히 ‘천문과 시간’을 연관 지어 교육하는 학교 교사들에게도 유용한 자료가 많아 보였습니다. 전시를 보면서 학생들이 시간을 단순한 숫자 개념이 아닌, 자연과 우주의 흐름으로 인식하게끔 이끄는 구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별자리 체험과 인터랙티브 전시의 묘미
전시의 마지막 구간은 관람객이 가장 흥미를 느끼는 인터랙티브 체험이 중심입니다. 나만의 별자리를 그려보거나, 디지털 장비를 활용해 오늘 밤 보이는 별자리를 확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특히 '오늘의 별자리 찾기' 코너에서는 자신이 태어난 날의 별자리를 디지털 화면에서 확인하고, 그 의미를 간단히 설명해주는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어 방문객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또한, 어린이를 위한 ‘별자리 스탬프 투어’와 같은 프로그램도 마련되어 있어, 자연스럽게 전시를 둘러보면서 학습 효과를 높일 수 있습니다. 체험 중심으로 꾸며진 이 전시는 단순한 전시 이상의 만족을 주고 있으며, 과학관이나 천문대에서 느끼기 힘든 역사성과 융합된 재미를 제공합니다.
실학박물관 상설전시
실학박물관에서 주목할 만한 전시품 중 하나는 바로 《곤여만국전도》입니다. 1602년 예수회 선교사 마테오 리치가 중국의 이지조와 함께 북경에서 제작한 이 서양식 세계지도는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지구는 둥글다'는 세계관을 담고 있으며, 중국 중심의 기존 사고를 벗어나게 한 중요한 지도입니다. 이 지도는 1603년 조선에 전래되었고, 1708년 숙종의 명으로 다시 제작되어 조선에서도 널리 알려졌습니다. 현재 원본은 서울대학교 박물관에 있으나 훼손이 심해 전체 형상이 파악되지 않는 상태입니다. 실학박물관은 2011년 복원작업을 통해 서울대본뿐 아니라 중국, 일본에 남아 있는 자료들을 참고해 가장 완성도 높은 재현본을 제작했습니다. 곤여만국전도는 조선에 전래된 최초의 세계지도로 평가받으며, 조선 실학의 세계 인식 확장을 보여주는 대표적 유물입니다. 또한, 정약용의 유배 시절 가족애를 엿볼 수 있는 특별한 유물도 전시되어 있습니다. 바로 《하피첩》입니다. 1810년, 결혼 30주년을 맞아 정약용의 부인 홍씨는 혼례복으로 입었던 붉은 치마를 유배지에 있는 남편에게 보내왔고, 정약용은 이 치마를 마름질해 친필 서첩을 만들었습니다. ‘하피(霞帔)’는 노을빛 치마를 뜻하는 말로, 아내의 마음과 그리움을 담은 상징입니다. 정약용은 이 서첩에 두 아들 학연과 학유에게 전하는 가르침을 담았고, 삶의 자세와 가족 간 유대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1813년 딸에게 전한 그림에 따르면 원래 하피첩은 네 첩이었으나 현재는 세 첩만이 남아 있습니다. 하피첩은 단순한 유물이 아닌, 실학자의 인간적 면모와 가족에 대한 깊은 애정을 엿볼 수 있는 감동적인 기록이라 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하며
《똑딱똑딱! 해, 달, 별》전시는 시간과 별, 그리고 우리 역사 속 과학 이야기를 한 번에 만나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또한 상설전시에서 서양 문물과 과학 기술에 개방적이었던 실학자들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것 역시 의미가 깊은 경험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