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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 <경주의 근·현대미술 배한기·이재건> 관람 후기

by 부룡 2025. 7. 3.

솔거미술관 전시 - 박대성 화백 '코리아 판타지'
박대성 화백 - 코리아 판타지

 

2023년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에서는 특별한 기획전이 열렸습니다. 바로 경주 출신의 대표적 미술가 배한기와 이재건의 작품을 통해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조망한 <경주의 근·현대미술 배한기·이재건> 전시입니다. 이 전시는 경주의 역사성과 예술성이 교차하는 접점에서 기획된 특별한 전시로, 지역 작가의 작업을 단순히 조명하는 수준을 넘어 한국미술사의 한 흐름을 구체적으로 짚어볼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전시는 2023년 5월 12일부터 8월 27일까지 진행되었으며, 장소는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 1, 2전시실에서 열렸습니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2,000원이었으며, 경주엑스포공원 입장권에 포함되어 관람 편의성이 높았습니다.

배한기의 작품세계 – 한국화의 전통과 현대적 해석

배한기는 20세기 후반 한국화의 정체성을 고민해온 작가로, 전통 산수화의 형식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현대적 감각을 더한 작품을 다수 남겼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백두대간’ 시리즈는 동양화의 필묵 기법을 계승하면서도 장대한 스케일과 극적인 구성을 통해 관람객의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솔거미술관 전시에서는 채색보다는 수묵 중심의 작품이 주를 이루었으며, 작가가 경주의 풍광을 어떻게 해석했는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는 붓의 운율과 여백의 활용을 통해 자연의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는 데 능했고, 단순한 풍경의 묘사를 넘어서 인간과 자연의 교감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작품에 녹여냈습니다. 툭시 코리아 판타지의 거대한 작품 앞에선 금강산과 백두산을 연상시키는 상, 태양, 소나무, 한옥 등 다양한 한국적 상징물들을 보며 장엄함과 경외감이 느껴졌습니다.

이재건의 조형 언어 – 일상의 재해석과 감성적 표현

이재건은 조형 예술을 통해 삶의 단면을 섬세하게 포착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와 오브제를 넘나드는 다양한 작업이 공개되었고, 특히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료와 구조물을 예술적 오브제로 전환하는 그의 감각이 돋보였습니다. 이 작가는 철제 구조물과 캔버스를 결합한 작품을 선보였는데, 이는 단순한 시각적 미감보다는 사유를 유도하는 방식으로 전개되었습니다. 관람객들은 이재건의 작품을 통해 ‘평범한 사물’이 예술로 승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었고, 각 작품에는 삶의 단순한 순간들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역성과 보편성의 교차 – 두 작가가 만나는 지점

배한기와 이재건은 표현 방식도, 사용 재료도, 심지어 작품의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만, 이 둘을 하나의 전시로 묶은 데에는 ‘경주’라는 공통된 지역성이 자리합니다. 두 작가는 각기 다른 시대에 활동했지만, 경주라는 도시가 지닌 시간성과 공간성은 이들의 예술 속에 공통된 흐름으로 녹아들어 있습니다. 배한기가 자연을 중심으로 한 전통의 흐름을 이어갔다면, 이재건은 현대의 도시성과 인간 삶의 구체성을 담아냈습니다. 이 전시는 결국 ‘지역 작가’라는 틀을 넘어 보편적인 예술적 메시지에 도달하는 통로였고, 관람객은 한 공간 안에서 한국미술의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조망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솔거미술관의 전시 구성은 관람 동선을 자연스럽게 유도하면서도 작가 간의 차이를 비교하고, 그들의 공통점은 스스로 발견하도록 유도해 전시 자체가 하나의 유기적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정리하며

<경주의 근·현대미술 배한기·이재건> 전시는 지역성과 시대성을 모두 아우르는 기획이었습니다. 두 작가의 상반된 표현이 오히려 조화로움을 만들었고, 경주의 미술사가 지금도 살아 숨 쉬고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미술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에서 열리는 기획전들을 꾸준히 눈여겨볼 만합니다.